4월 28일, 미국에 살고 있는 친구 가족이 한국을 방문해서 오랫만에 만났다. 옛 친구를 만나는 것은 언제나 즐겁고 기쁜 일이다. 공자 역시 인생 3락의 하나로 ‘벗이 스스로 찾아오는 것’을 꼽았을 정도가 아닌가. 비록 내 집을 찾아온 것은 아니지만 먼나라에 떨어져 있다가 한국을 모처럼 오게되었으니 ‘자원방래’라 할만하다. 마침 오전에 월봉상 시상식이 있었던 터라 오후엔 편안한 마음으로 봄 빛 가득한 삼청동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더 글로리 촬영장소라는 까페로쏘 골목의 풍경도 보기 좋았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대학을 거쳐 이어진 우정이니 거의 50년이 넘었다. 반세기 넘도록 각각의 인생길에서 서로 다른 삶을 살았고 만날 기회도 거의 없었지만 간간히 소식이 전해질 계기가 생기고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해후하게 되는 날도 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싶다. 수유리 한 구석에서 맺어진 인연이 관악을 거쳐 샌디에고로 또 보스턴의 하바드 스퀘어에서 이어지는 것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얼마전 타계한 테너 박인수가 부른 ‘친구이야기’ 영상을 누군가 보내주었다. 그 노랫말과 곡조가 좋아 나도 몇 친구에게 전달한 적이 있다. 집으로 내려오는 기차 속에서 이 가사가 새삼 생각났다. <많지 않아도/ 그리고 자주 만날 수 없어도 / 내게 친구가 있음은 / 얼마나 소중한 것입니까 // 멀리 있어도 / 가만히 이름 불러볼 수 있는 / 친구가 나에게 있음은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 내 좋은 친구를 만날때면/ 웃음마다 봄날 기쁨입니다 /보고픈 친구를 생각할때면 /그리움은 잔잔한 행복입니다.>
곧이어 5월 2일에는 역시 우이교회에서 함께 지냈던 오랜 친구 태영, 희용, 명곤 등과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육군과 공군의 지휘관이었던 두 친구 덕분에 간간히 골프모임을 하는 호사를 누리는데 실력은 제각각 다르고 특히 나는 점수를 기록할수도 없을 정도지만 옛 우정이 이어주는 만남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느끼게 하는 모임이다. 세월이 가는만큼 사회적 활동이 줄어들수록 친구의 소중함은 더 뚜렷해지지 않을까 싶다. 오랫만에 고국을 찾은 친구 은영씨와 선배님이 내내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특히 멋지게 자란 두 따님 가원 승원의 앞길에 좋은 일이 가득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