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단층대에 있어서 화산과 온천이 많다. 2022년 일본 환경청 발표에 따르면 일본의 온천지는 약 2,900 여곳, 원천 총수는 약 28,000개나 있다. 거의 모든 곳에 온천이 있다고 보면 된다. 온천은 질병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탕치(湯治)라 불리는 온천 요법이 널리 행해져왔다. 에도시대에 특히 탕치가 유행했고 메이지 시대에 이르러 의학적으로도 온천의 효능이 확인되면서 더욱 인기가 높아졌다.
영화나 홍보매체에서 보는, 눈쌓인 절경에서 온천욕을 즐기는 모습은 유키미부로(雪見風呂)라 불리는 곳이다, 탁트인 설원이나 설산을 보며 자연 속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이런 곳은 경치가 좋은 대신 교통편이 대체로 좋지 않고 규모도 크지 않다. 또한 눈이 너무 쌓이거나 혹은 눈이 자주 내려 시계가 좋지 않아 실제로 그림 같은 정경을 즐기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성공했을때 보는 절경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여서 마니아들은 기상자료를 확인하면서 찾아가곤 한다.
유명한 온천은 료칸이라는 전통 숙박시설과 함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료칸은 일본의 전통 주택 형식의 시설로 다다미방과 온천욕장, 그리고 일식 코스인 가이세키 요리가 제공된다. 객실 내에 독립된 노천탕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료칸온천도 접근성이 그다지 좋지 않은 곳이 많고 가격도 비싸 편리하거나 가성비가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유카타를 입고 정성스러운 서비스를 받으면서 일본의 문화를 맛볼 수 있는 기회여서 찾는 사람이 많다. 최근 관광문화가 변화하면서 이런 전통적 료칸온천의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온천욕장에는 사찰의 약수터마냥 온천수가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이런 방식을 카케나가시(かけ流し) 라 하는데 뜨거운 물이 새롭게 계속 공급되어 깨끗하고 신선하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을 사용하려면 욕탕의 규모가 작아질 수밖에 없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실제 이 방식을 사용하는 온천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아무리 일본이라고 해도 온천이 대규모로 커지면 유량이 부족해지는 것은 당연지사여서 다소 인공적인 조처가 따를 수밖에 없다. 흘러내린 온천수를 다시 되돌려 사용하는 방법도 종종 사용된다고 한다.
물의 온도는 법률상 25도만 넘으면 온천으로 인정된다. 원천(原泉)의 온도는 각기 달라서 사람이 사용하기 편하도록 데우거나 식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여행객이 많이 몰리는 온천지역은 온천수를 공동으로 관리하고 부분적으로 재활용한다. 조성온천(造成温泉)이라 해서 물을 땅속이나 화산의 증기를 이용해 끓이기도 한다. 이것도 온천이라 할 수 있느냐는 논란도 있지만 카케나가시를 무난히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물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온천여행이 보편화되면서 전통적인 료칸온천보다 좀더 편리하고 대중적인 방식이 확대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숙박, 음식, 온천을 같은 장소에서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온천호텔이다. 온천 료칸에 비해 저렴하고 다수가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유명한 온천 관광지에는 거의 온천호텔이 존재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료칸 형식을 따라 가이세키같은 식사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야마구치 일원에서는 유다온천이 유명한데 옛날에 흰여우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발을 담근 연못에서 온천물이 나왔다는 전설이 있다. 하기에도 전통적인 료칸온천과 함께 바다를 내다보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온천호텔이 있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여러가지이지만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와 쉼을 얻는 것이 그 중요한 이유의 하나다. 이미 정년을 지나 해야할 과제나 공부거리가 딱히 부여되지 않는 즐거운 여행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야마구치와 하기의 온천에서 설산의 노천온천에서 느낄 법한 고급한 경치감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탕치는 경치의 좋고 나쁨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해묵은 상념과 욕심을 내려놓고 자연이 주는 따뜻함으로 몸과 마음의 찌꺼기를 닦는 것에서 힐링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오랜 일본의 ‘탕치’를 즐기고 21세기 형 ‘힐링’도 누려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