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민 교수의 수고 덕택에 [김사인 함께 읽기] 책자가 멋지게 출간되었다.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시인이자 좋아하는 벗인 김사인 교수의 정년을 축하하기 위해 몰래 기획한 작품인데 52명의 문인 작가 지인들이 흔쾌히 글을 보내 성사된 결과물이다. 표지에 흰고무신 차림으로 한옥 툇마루에 앉아있는 김사인의 모습이 정겹다.
대부분 시인이나 작가, 문학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 틈에 내가 한 필자로 끼어 있는 것이 한편 어색하고 한편 기분이 좋다. 물론 내가 문인들과 견줄만한 필력이 있다거나 글솜씨가 좋아서인 것은 전혀 아니다. 김사인과 서로 좋아하는 친구사이이고 이 책을 편집한 이종민과도 막역한 사이인 것이 작용한 것이니 정실이 작용한 것이라 해도 할말은 없다. 다만 이 책의 기획 자체가 그런 우정과 정실을 높이 사자는 것이었으니 용납받을 만 하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나는 코로나 1년을 지내던 어느날 김사인의 시 한편을 써서 표구해 걸어옿았던 일을 내 글의 소재로 삼았다. 작은 낙엽하나, 철이르게 떨어져 굴러온 것을 두고 ‘실은 이런 작은 일이 고마운 것이다’라 노래한 그 소박한 정서에 깊이 공감했었다. 시인은 그 낙엽이 자기 옆에 와 ‘있는다’고 적었는데 나는 그것을 ‘앉는다’고 잘못 적었었다. 뒤에 다시 생각하니 그 두 말의 차이는 적지 않았다. 미안함과 함께 나는 그의 단어 선택에 담긴 깊은 뜻을 헤아려보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앉는다는 네 옆에 가 있겠다는 주체의 적극적 의지가 느껴진다. 반면 있는다는 그런 작위보다는 조심스러운 자기처신의 의미가 더 크다. 도와준다는 생각이나 무언가를 행한다는 자의식보다도 주변과 더불어 공감하고 동행하려는 바람 같은 모습을 떠올린다. 나는 김사인이 그런 인간이라 생각하기에 그가 앉는다보다 있는다가 어울리는 시인이라고 썼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 과연 그런 삶의 자세가 환영받을 수 있겠나 생각하면 나부터 쉽지 않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 책의 출간기념을 겸해 한마당 북토크가 기획되었다. 작가와 화가 등 문인예술가 들 사이에 나도 한자리 초청을 받았다. 감사하기도 하고 쑥쓰럽기도 한데 나이 먹어 우정을 논하고 그 우정을 즐거워 하는 사람들과 교유하는 즐거움은 호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