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설을 하루 앞두고 박규수의 시 한편을 계묘년 신년휘호 삼아 쓴다. ‘냉철한 눈으로 시대의 쟁점을 살피고, 욕심없는 마음으로 고서를 읽는다’ (冷眼看時務 虛心讀古書) 개항기 조선왕조에 몰아닥친 격동의 풍랑을 헤쳐가야 했던 유학지식인의 책임감과 진정성이 잘 드러나는 시다.
관심과 초연, 冷眼과 虛心의 두 측면을 모두 중시하려는 박규수의 마음에 공감이 간다. 현실의 위기와 모순에 두 눈 부릅뜨고 개입하는 참여정신은 소중하다. 동시에 어지러운 세상사로부터 눈을 돌려 내면의 평안을 구하려는 은자의 지혜도 무시해서는 안된다. 전자가 없으면 사회에 무책임해지고 후자가 없으면 실존적 삶에 여유가 없어진다.
두 마리 토끼를 좇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다. 자칫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좌고우면하는 삶이 될 우려도 있다. 2023년 토끼의 해를 맞이했으니 時務에의 관심과 古書로의 침잠이란 두 마리 토끼를 좇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이 바램을 묵향에 담아 본다.
